파블로 카잘스가 연주한 바하 무반주 첼로 모음곡 ..
세장의 LP와 얇은 설명 책자로 구성되어 있는 박스셋.. 한면에 모음곡 하나씩, 3 LP 6 side로 1번부터 6번 전곡이 수록되어 있다.
1936년에서 1939년에 걸쳐 녹음되어 EMI에서 발매되었고, 내가 가지고 있는 건 오아시스 레코드 라이센스 음반이다. 오래된 연주라 물론 mono 음반이고 아주 옛스러운 음질을 가지고있다.




바하가 지금은 음악의 아버지 격으로 불리우지만.. 사실 바하 자신의 시대에는 작곡가로는 그리 주목을 받지 못하던 오르간 연주자 였고.. 바하의 작곡가로서의 가치는 오히려 19세기에 들어서 주목받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별로 알려져 있지 않았던 바하의 마태 수난곡도 멘델스존에 의해 재발견되어 초연이 이루어지며 인정을 받게 되었던 것 같이.. 바하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파블로 카잘스를 통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사실 믿기 힘든 이야기지만.. 19세기말 즈음, 파블로 카잘스가 13살 되던 해에, 어느 이름없는 악보가게 구석에 이 악보 원본이 쳐박혀 있는 것을 발견하였고, 그 후 12년동안 열심히 연구하고 연습한 끝에 공개석상에서 연주함으로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별로 알려져 있지 않던 명곡을 재발견되게 하면서, 다른 보통 첼로 연주곡과는 다르게 숙명적으로 다가왔는지도 모르지만.. 파블로 카잘스는 거의 일생을 파고들면서 이 작품의 본질과 내면적인 울림을 찾기 위해 노력을 하였고, 그 노력의 결실들을 체험할 수 있는 연주가 그가 60년되는 해에 녹음된 이 연주이다.

그 후 거장들에 의해 연주되면서 주목을 받기도 하였고.. 이제 '솔로 첼로 음악' 하면 떠오르는 작품은 바로 바하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 가장 먼저 떠오를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 되었다. 특히 지금 재생되고 있는 1번 프렐류드는 한 번이라도 안들어 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곡이다.


1번 프렐류드가 유명한 이유는.. 밝고 대하기 쉬운 분위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보통 '맘잡고 바하 무반주 첼로 조곡을 1번부터 들어봐야겠다..' 생각을 하고 듣다가.. 프렐류드 지나서 두번째 곡 부터 딴생각에 빠지게 되고.. 슬슬 졸음도 오고 하다가 다시 처음부터 듣게 되고.. 그러다보니 1번 프렐류드를 또 듣게되고.. 그러다보니 머릿속에 남는건 1번 프렐류드 뿐이고... 생각해보면 웃기지만 사실 나도 그렇다.

앞에서 선생님이나 목사님이 목소리 깔고 1시간 넘게 말씀하시는 걸 듣다보면 졸음이 오듯.. 이 첼로 무반주 조곡도 놓치지 않고 이해하면서 듣기에는 상당한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그러다보면 내가 음악을 즐기려고 듣는건지, 공부를 하고 있는 건지.. 감상의 이유가 모호해지기도 하지만.. 반복해서 들어가면서, 한 곡씩 그 의미를 깨달아가며 얻는 묘미를 알게 되면 나도 모르게 조금씩 중독되어 버리곤 한다.


 


 

 

모음곡 1번에서 다섯번째 곡 중반부에 등장하는 두번째 미뉴엣인데.. 단순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되는 중독성이 있는 멜로디이다.. 화음이 복잡한 것도 아니고, 선율들 간에 대위법적인 화려한 움직임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악기 편성의 변화를 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멜로디의 연결과 어법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들어맞아서인지, 한 편의 시와 같은 느낌이 든다.

이 곡 뿐만이 아니라.. 무언가를 이야기 하는 것 같은 전개방법은.. 바로 바하 음악의 묘미 중 하나이다. 단순하고 짤막해도 논리적인 어법으로 뭔가를 이야기하려고 하는 뚜렷한 개성이 있다. 그런걸 놓치지 않고 들으려면.. 악보를 보면서.. 원래보다 약간 느린 빠르기로 노래를 불러보면 좀 도움이 되기도 한다..

Posted by bodyns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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